"선질" -이미지 채집
- 형다미 드로잉전: 월드벤처아트센터(2015.5.11-5.30)
"선질"이란 작가 형다미가 자신의 선드로잉 작업을 이르는 말인데 "낚시질" 등의 행위를 나타내는 말처럼 선을 긋는 우연한 행위로부터 생겨나는 예측할 수 없는 이미지들의 기다림이라는 의미를 띤다. 그 행위는 의도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특정한 대상들을 연상하게 하는 모양을 취해감으로써 과정으로서의 형성의 의미를 내포한다. 폴 클레(Paul Klee)가 말했듯이 형성(formation)은 최종적으로 획득한 정지된 형태(forme)보다 더 가치가 있으며 생성적인 속성의 삶이나 생명의 형태에 보다 더 가깝다.
작가는 그 동안 가는 철사 등의 입체작업을 통해서도 같은 맥락의 작업을 해왔는데 이때의 결과는 3차원의 공간에 펼쳐진 선적 조형물이 보여주는 무수한 선들의 시점의 변이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가진다. 하지만 그 구조는 중력이라는 함수에 종속되어 있다. 이에 반하여, 2차원적 평면 위에 나타난 선들은 오히려 탈 중력이라는 더 큰 가능성 안에 있다. 선이 이루는 자체의 방향성이라든가 하는 점에서 3차원 공간이 강제하는 중력의 제약에서 벗어나 더 자유로운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는 선들의 다발은 자유로운 구성을 이루기에 추상적이지만 또한 자연스러운 손동작이 유발하는 선들이 이루는 윤곽에 의해 무언가 생성적 특질의 형태를 암시하고 연상하게 하는 힘을 지닌다. 결과는 대개 물고기의 지느러미나 가시, 나비의 날개나 조류의 부리 또는 발톱 등처럼 선적인 골격으로 이루어진 대상들로 나타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물길이나 공기를 가르거나 무엇인가를 움켜잡는 기능을 가지는 것들로서 항상 미지의 대상을 향해 몸을 뻗는 지체들과 같다. 따라서 지체는 언제나 목표물과의 상대적인 관계 속에 있다. 이 상대적인 속성은 그 자체로 특정한 공간에 예속되지 않는 무수한 "선질"을 가능하게 하며 어떤 이미지들을 채집하는 결과를 낳는다. 채집이라는 행위는 무엇인가를 낚는 행위와 관련이 있기에 결국 작가의 "선질"작업은 이미지 낚기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낚기는 항상 원하는 결과를 즉각적으로 보장해 주지 않는 기다림을 수반한다. 그 기다림은 닫힌 의미의 영역에 갇혀있기 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열려진 형태를 위한 형성의 과정이다.
소개글: 서길헌/조형예술학 박사
http://blog.naver.com/pargui11/220354131142